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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마피아의 복수 방식,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 비주류의 연대 서사

by sosik8282 님의 블로그 2025. 5. 12.

빈센조 포스터

 

‘빈센조’는 2021년 tvN에서 방영된 범죄 드라마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와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권력 구조가 맞붙는 통쾌한 블랙 코미디 복수극이다. 마피아 출신 변호사 빈센조 까사노는 금괴를 회수하러 한국에 왔다가, 부정부패의 온상인 대기업 바벨그룹과 맞서게 된다. 이 드라마는 법과 정의가 무력한 현실에서, 악을 악으로 갚는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해가는 과정을 통해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사회 풍자, 유머, 액션, 복수극의 매력을 모두 갖춘 ‘빈센조’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마피아의 복수 방식

‘빈센조’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의 설정에 있다. 주인공 빈센조 까사노는 이탈리아 마피아 콘실리에리 출신으로, 국내 드라마에서는 보기 드문 캐릭터다. 그는 법보다는 힘, 증거보다는 위협으로 일을 해결하는 방식에 익숙하며, 이 때문에 한국이라는 사회적 규범과 충돌을 일으킨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비도덕적인 방식이 가장 통쾌한 정의 구현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역설적 쾌감을 제공한다.

빈센조는 사적 복수를 추구하면서도, 단순히 개인의 감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계산적이고 냉정하며, 상대를 무너뜨릴 때 가장 아픈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 때문에 그의 복수는 우발적 분노가 아닌 ‘계획된 처단’이다. 바벨그룹이라는 악의 축은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며 정의를 무력화하지만, 빈센조는 그들보다 더 비열한 방식으로, 그들의 허점을 찔러 무너뜨린다.

드라마는 마피아식 정의 구현을 정당화하지 않으면서도, 한국 사회에서 제도적 정의가 작동하지 않을 때 어떤 대안이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빈센조의 복수는 사회 구조에 균열을 내는 개인의 저항이며, 이 과정은 시청자에게 짜릿함과 동시에 씁쓸한 질문을 던진다. “법이 정의롭지 못할 때,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

‘빈센조’는 통속적인 복수극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와 법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자리 잡고 있다. 바벨그룹은 재벌, 정치, 사법, 언론까지 결탁한 거대한 기득권 체제의 상징이다. 그들은 법을 무기로 약자를 억압하고, 언론을 조작해 여론을 지배하며, 정치인을 매수해 죄를 덮는다. 이러한 구조는 실제 한국 사회의 부패 문제와도 맞닿아 있어, 드라마는 현실과 허구 사이를 오가는 설득력을 갖춘다.

특히 검찰과 로펌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비판적으로 묘사한 점이 인상 깊다. 공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할 이들이 오히려 범죄자들과 손을 잡고, 정의 구현을 가로막는 장면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깊은 분노를 유발한다. 빈센조는 바로 그 구조에 균열을 내는 인물로, 제도의 바깥에서 싸우는 안티히어로다. 그는 범죄자이면서도, 시청자에게 정의의 대리인으로 받아들여지는 특별한 인물이다.

‘빈센조’는 이러한 사회 비판을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유쾌하게 풀어낸다. 지나치게 무겁고 날카로운 주제이지만, 드라마는 개성 넘치는 조연 캐릭터들, 기상천외한 전략, 반전 있는 연출로 무게감을 균형 있게 조절한다. 이 덕분에 시청자는 웃음과 분노, 통쾌함과 비판적 사고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남는 것은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고민이다.

 

 

 

비주류의 연대 서사

‘빈센조’의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바로 ‘금가프라자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회적 약자, 비정형적 인물, 주류 시스템 바깥에 있는 이들이다. 노포 식당 사장, 바둑기사, 배우 지망생, 트랜스젠더 변호사까지, 이들은 각자의 개성과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지만, 빈센조와 함께하면서 하나의 공동체로 재탄생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연대는 매우 감동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대안 공동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빈센조는 처음엔 금괴만을 위해 금가프라자에 머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사람들의 진심에 감화되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게 된다. 이는 ‘악한 개인이 공동체를 통해 인간으로 변화하는’ 서사로도 읽힌다. 드라마는 공동체와 개인, 복수와 정의, 연대와 희생이라는 다양한 키워드를 겹겹이 쌓아내며 감정의 깊이를 더한다.

또한, 조력자로 등장하는 변호사 홍차영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원래 대형 로펌에 몸담고 있었지만, 점차 부조리한 현실을 깨닫고 빈센조의 방식에 동참하게 된다. 그녀는 법의 한계와 정의의 이상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인물로, ‘현실 안에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는 중심축이 된다.

‘빈센조’는 결국 이런 비주류 인물들의 연대를 통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 변화는 제도 바깥에서 출발하며, 가장 약한 사람들이 가장 큰 힘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정의 실현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드라마적 응답이다.